南海記行

끼어남 이후에 흔히 겪는 혼란

낡은집에사는남자 2017. 5. 18. 23:49




깨어남의 밀월여행이 하루가 되든 한 해가 되든 간에 ,어느 시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삶에서 우리에게 기준이 되어주던 것들이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우리가 붙들고 살던 신념,우리 스스로를 정의해오던 신념이 이제는 텅 비어 있는 것임이,아무런 내용도 없는 것임이 드러난다.우리가 품어왔던 에고의 동기가 대부분 사라져 버린 까닭에 매우 큰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이전까지 삶 속에서 자신을 움직여왔던 거의 모든 것이 자기본위였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은 오로지 이 특별한 기간뿐이다.이렇게 말하는 것은 꿈속과 같은 상태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비판하는게 아니다.다만 우리가 꿈 같은 상태에 있을 때는 삶을 뚫고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매우 자기중심적이라는 뜻이다.그때 우리의 행동 동기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그리고 '내가 원치 않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것으로부터 뒷받침된다.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있다.'나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누가 나를 사랑해줄까?얼마나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얼마나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불행을 얼마나 피할 수 있을까?내게 맞는 직장을 얻을 수 있을까?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나는 깨닫게 될까?'이것은 모두가 에고 상태의 의식으로부터 힘을 얻고 있는 자기중심의 동기들이다.물론 이것은 나쁜 것도 ,옳지 못한 것도 아니다.이것은 그 나름대로의 신념일 뿐이다.꿈과 같은 상태는 분리를 느끼는 상태이다.우리는 우리가 분리된 어떤 '것'이거나 분리된 어떤 존재라 생각한다.분리된 존재는 언제나 무언가를 만나고자 찾아 헤맨다.사랑이나 남의 인정,성공,돈,그리고 깨달음까지 ,그러나 진정한 깨어남과 함께,이 모든 분리 구조는 발 아래서 녹아내리기 시작한다.그런데 거기에는 아직도 '인간'이 남아 있다.우리는 한 모금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우리의 개성 역시 고스란히 남아 있다.예수는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부처도 개성이 있었다.지구상을 걷고 있는 자는 모두가 개성을 지니고 있다.갓난아이도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면서부터 개성을 지닌다.우리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존재가 지니는 아름다움의 하나다.개와 고양이,새들,나무들까지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우리가 아무리 깊숙히 '보았고'또 대단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개성이라는 구조물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분리의 베일 너머를 한 번 보고 나면 자신을 특정한 개성을 지닌 인격과 '동일시'하는 그것이 드디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우리의 개성,즉 모든 낡은 기준과 원칙,자기본위의 충동들을 먹여 살리던 것들이 사라져버렸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스물다섯살 때 나는 처음으로 홀깃 그 베일너머를 보게 되었다.그것은 스쳐 지나가는 깨어남이었고 ,영구적인 깨어남이 아니었다.그럼에도 깨달음의 어떤 조각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았다.내면의 어딘가에서 나는 모든 것이 하나임을,나는 영원하며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으며 누구의 창조물도 아님을 늘 알고 있었다.또한 나는 나의 본래 성품이 개성이라는 구조물 속에도 ,내가 깃들어 있는 몸속에도 한정되거나 구속되지 않음을 이해하고 있었다.다소 급작스러운 방식으로 ,내가 지금껏 알고 지내던 세상과,내가 당연시해오던 자아가 녹아내리고 있었다.이전까지 나의 삶을 채우고 있던 그 숱한 행동동기들을 떠나보낸 채 이곳저곳 걸어다닌다는 것은 정말 야릇한 기분이었다.아직 어느 정도의 자기 중심적 동기와 에고 중심의 에너지가 남아 있기는 했으나 그와 동시에,에고의 차원에서 ,그리고 에고에서 비롯된 근본적 에너지의 차원에서 엄청난 양의 녹아내림이 있었다.나는 걸어다니면서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이걸 내가 왜 해야하지?그걸 해야만 하는 이유가 뭐야?이제 이런건 더 이상 하고 싶지않아"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일들이 이젠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내가 그 일을 저항했거나 역겨워했다는 게 아니다.이전까지 이런저런 추구로 나를 끌고 다니던 자기중심적 에너지가 그만 사라져버렸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사람들이 내게 와서 종종 이렇게 말한다."이럴 수가 있을까요?예전엔 하고 싶은 일이 그리도 많았는데 ,,,예전엔 내게도 취미생활이란 게 있었는데 ...예전엔 저녁 파티에도 곧잘 나갔었는데 ,,,예전엔 연날리기에 푹 빠져있었는데 "혹은 달리기에 혹은 그때까지 사랑해 마지않던 그 무엇에든 말이다.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말해준다.그런 흥밋거리들은 차츰 즐어들게 되어 있다고 ,특히 그 흥미가 분리의 에너지로부터 뒷받침되어 나온 것일 때는 더욱 그렇게 된다고,그런 것들은 모두가 에고로부터 나오는 분리의 표현으로서,어느 사이엔가 '그 좋았던 것들이 다 어디 갔지?할 정도로 변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