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천리는 황토길이다.
한걸음을 떼어놓을때마다 발등에는 황토빛 먼지가 금박처럼 내려와 쌓인다.버스를 탈 수 있는 승차장은 아직도 한참을 걸어야할 모양이다.촌사람들의 거리개념은 산너머 개울까지의 거리치수만큼 자의적인 수치니까 감안을하고 계산해야한다 .한 십분전에 고달면이 어디냐고 길을 묻는 나에게 촌노는 여기서 빤드시 잠시만 가면돠여했다.징역살이 형량만큼 가늠할 수 없는 거린 모양이다.암굴기(내가 징역살이한 기간)의 우리 캐슬에 그는 존재하면서 또한 존재하지않는 이상한 존재로서 분류되고 있었다.감방안에 갇혀있으면서도 갇히지 않은 존재,교도관들도 그를 간섭하지 않았다.간섭할 수 없는 경외의 존재라는걸 알고 나서부터 한 밤중에 교도소 담벽위를 서성이는 그림자가 보이더라도 그라는걸 알고 교도관들은 눈을 감곤 했다.한때 당직교도관이 근무도중에 복통이 심해서 그에게 부탁헤서 통증을 해결한 사례가 생긴 후로 그는 케슬의 주치의며 마법사로 불리워지게 되었다.먼 눈빛 나는 그의 눈길을 먼 눈빛이라 칭한다.상대를 보고있으면서도 보지않는 눈빛,모든 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보지않는 눈빛,우리가 그의 눈동자를 보면 그의 눈은 어느새 먼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해식애의 그것처럼 아득하고 멀어보였다.언제나 해식애의 입구는 수평선을 향하고 있었고 우리는 코끼리 형상의 해식애 옆구리를 보고 다가가고 있었다.썰물이 빠져나간 갯펄엔 한 풀 꺾인 여름볕이 붉은 등대의 옆구리를 빗금으로 어루만지며 스쳐지나간다 ,갯펼에 엎드린 난파선 옆구리에 기대어 고픈 배를 달래주는 석양을 보면서 안도하던 기억이 난다,마법사의 눈은 난파선을 스치던 여름 석양볕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