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 버림
따라서 인습과 해탈 모두를 이해해야 한다/ 인습도 쓸모가 있지만 사실 인습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 인간조차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인간은 여러 가지 원소들의 집합체로 ,임의적인 조건에 따라 태어났다가 조건에 의지하면서 잠시 존재하다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사라진다/ 이 과정을 거스러거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인습이 없다면 이름도,수행도,일도 없을 테니 우리에겐 할 이야기가 없다/ 관례와 인습은 우리의 편의를 위해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다/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왁스가 아닌 닭똥이 국가의 화페가 되면 또 어떻겠는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 되고 오직 닭똥만 돈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닭똥을 두고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죽일 것이다/
이것이 인습의 진리이다/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기란 참으로 어렵다/ 우리의 돈,집,가족,친지들은 인간이 만든 인습일 뿐 법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우리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상하겠지만 이것이 진리이다/ 이러한 것들은 인습의 틀 안에서만 가치를 지닌다/ 우리가 그런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인습을 만들면 곧바로 가치가 없어지고,그런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인습을 만들면 가치가 생긴다/인습이란 필요에 의해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육체조차 사실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그저 편의상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다/그것은 우리의 추측일 뿐 육체 속에서 실체가 있는 자아를 찾으려 하면 결코 찾을 수 없다/육체는 그저 생성되고 잠시 지속되었다가 소멸하는 것일 뿐이다/육체 안에는 실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컵처럼 그저 우리가 이용하기에 적당한 도구일 뿐이다/머지않아 컵은 깨지지만 깨지기 전까지는 잘 사용하고 간수해야 한다/컵은 편리한 도구로 깨지면 불편하다/언젠가는 깨지리라는 것을 알지만 최대한 조심해서 써야 한다/승려들은 네 가지 보시를 받는다/붓다께선 네 가지 보시에 대해서 반복해서 명상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승려들은 수행을 계속하기 위해 네 가지 보시에 의존해야 한다/살아 있는 한 그것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먼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절대 집착하지 말라/집착에는 욕망이 따른다/인습과 해탈은 이런 식으로 연계되어 있다/우리는 인습의 진리를 활용하되 그것들을 진리로 믿어서는 안 된다/인습에 집착하면 고통이 발생한다/ 옳은 것이나 그른 것에 대한 분별도 좋은 예이다/옳은 것을 그른 것으로,그른 것을 옳은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그러나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 누가 알겠는가? 옳고 그름과 관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인습을 만들었지만 붓다께선 고통을 기준으로 삼으셨다/사실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다/그러나 실용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옳은 것은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고통)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관점은 우리 사회의 보다 건설적인 목표에도 부합한다/결국 관례와 인습,해탈은 모두 법이다/해탈이 보다 높은 경지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모두 함께 간다/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이런 것,혹은 저런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그래서 붓다께선 있는 그대로 불확실한 채 내버려 두라고 하셨다/좋아하는 것이든,싫어하는 것이든 모두 확실한 것이 아님을 이해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