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海記行

돌계단에서 그를 보았다

낡은집에사는남자 2010. 3. 12. 21:34

소변을 보려다 돌계단에서 잠시 헛 디뎌 내민 손에 도마뱀의 감촉이 느껴진다

전갈의 독침인가 싶어 얼른 손을 뺀다,허나 전갈이 아니다,주저앉아 보는 사원의 뜰은 만월의 빛으로 훤하다

벽에 싸는 오줌줄기가 달빛에 선연한 포물선을 그린다.시원하다.

부르르 몸을 떨고 고추를 탈탈 털고 올려다 본 첨탑에 ~

그가 있었다.둥근 달 속에 검은 윤곽으로 그가 서 있다.분명 지하감옥에 갇혀 징별방에 있어야 할 그가,

그림자로 보이는 그는 사막의 저 편을 보고 있다,두 손은 성 벽을 짚고 있고 상반신을 사막 쪽으로 쭉 내민

그의 실루엣은 불길해 보였다.금방이라도 달빛을 타고 낡은 수의를 날개삼아 퍼득거리며 날아 오를것 같았다/

밤에 울지 않는 까만새가 운다.긴 비단폭을 찢는듯한 괴성이다,허나 오늘의 이 풍경과 소리는 불길하지않다.

왜 그럴까 ,나도 이 생활에 지쳐있단걸 얘기한다.

뒷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상은 시작된다.탈옥의 얘기는 들리지않는다 ,너무 이른가~